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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承가족에게 드리는 8月, 현승훈의 화담(和談)

현승훈의 화담(和談)은

직원과의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 현승훈 회장님의 스킨쉽 경영의 실천 의지를 담은 편지글입니다.
2014년 6월부터 한 달에 한 번 국내외 전 계열사 직원들에게 전달되며, 평소 회장님이 생각해 오시던 그룹과 그룹문화,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화담(和談) : [명사]
① 정답게 주고받는 말
② 화승을 담는 말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옷깃만스쳐도 인연(因緣)이다.’라는 말 들어 보셨는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 사람들 중에서도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인연이 있습니다. 제 삶과 회사 경영에 있어서의 정신적 지주이시며 존재만으로도 제게 지대한 영향을 주신 성철 스님과의 인연입니다.

37년 전 몹시 더운 여름, 부친께서 홀연히 세상을 떠나셨고, 해인사에서 49재를 치를 때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성철 스님을 뵐 수가 있었지요. 눈에서 비치는 푸른 광(光)의 첫인상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한 날 큰스님과의 접견에서“우리는 전생에 인연이 있어서 만났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슬픔과 번뇌로 점철된 인생사의 역경을 극복하라는 당부와 함께 삼천배(三千拜)가 큰 도움이 될 거라며 제게 삼천배를 권하셨지요. 온몸으로 치닫는 고통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 가득한 수행, 그리고 그 의미를 스스로에게 묻기를 수십 차례, 어느새 저 스스로를 낮추고 제 속의 헛된 욕심과 교만을 조금이나마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삼천배가 끝나는 순간 느껴지는 몸과 마음의 편안함, 제 인생에 있어서의 미약한 깨달음의 시작이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날 이후 30년 가까이 매일 아침 500배를 했습니다. 해외 출장이 있는 날이면 미리 집에서 절을 하고 가기도 했지요. 8년 전인 2006년부터는 108배로 여전히 깨달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이런 깨달음은 주위의 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과 나눌수록 더욱더 커진다고 항상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가르침에 따라 제가 만나는 인연들에게는 종교를 떠나 고통과 깨달음을 수반한 삼천배 수행의 좋은 점을 항상 권하고 있습니다.

성철 스님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큰스님의 옷자락이라도 한 번 만져보기 위해 큰스님 주변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이곤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날 저에게 어디 조용한 곳 없느냐며 말씀을 하시더군요. 더 큰 수행을 동반한 집중할 곳이 필요하시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부산 선동에 큰스님을 모셔왔고, 큰스님께서는 화승원(和承苑)이라는 이름을 손수 지어주시며, “여기가 바로 극락(極樂)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곳은 제가 사는 곳과 인접해서 큰스님을 가까이서 모실 수 있었기에 저로서는 큰 기쁨과 행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부산 선동 화승원의 겁외사(劫外寺), 고불원(古佛院)이라는 곳도 직접 이름을 지어주시며, 큰스님 인생의 마지막 무렵의 7년 정도를 화승원에 기거하셨습니다.
어느 한 날은 제게 사진을 찍자며 저를 비롯해 시자 스님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평소 사진 찍는 걸 싫어하셨던 터라 반가움에 사진을 찍었지만 그 후 몇 개월 뒤 큰스님께서는 입적(入寂) 하시게 됩니다. 아마 속세에서의 인연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미리 내다보시고 저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 것으로 생각되어 집니다.
가끔 그때의 사진을 보며 예전을 추억하곤 합니다. 그때의 불심(佛心) 가득한 정성으로 맺어진 큰스님과의 인연, 그리고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금도 묵묵히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스님과의 인연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승가족 여러분,
연(緣)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물 사이를 잇는 연줄, 그리고 살아감에 있어서의 모든 관계를 말합니다. 어찌 보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지요. 여러분이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여러분의 소중한 재산이자 인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 스쳐 지나더라도, 무의식 속에 잊혀진다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를 귀중한 것들입니다.

성철 스님의 말씀 중,“자기를 바로 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냉철한 눈으로 자신을 바로 보는 것,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통한 고통을 늘 안고 사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바로 볼 줄 아는 진정한 성인(聖人)이 되리라 믿습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소신 있고 주위와 조화로운 삶으로 자신을 바로 볼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거짓 아닌 진실된 인연들과 함께 여러분의 앞날에도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 믿습니다.

맑은 기운 가득 찬 8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좋은 인연 맺길 바랍니다.

성철 대종선사의 생전 가르침

자기를 바로 보라.
남을 위해 기도하라.
일체중생을 대신해서 참회하고
일체중생이 행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라.

2014년 8월 1일
현승훈